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위스키이지만 저와 같은 입문자에게는 조금 생소한 위스키인 하이랜드 파크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와인앤모어 주류샵에서 위스키들을 구경하다보면 독특한 문양에 VIKING HONOUR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위스키입니다. 피트향을 느끼기에 좋은 위스키로 간혹 추천되는 위스키이기도 해 오늘은 하이랜드 파크 위스키 증류소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제품과 가격대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의 역사와 특징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의 중심지인 커크월에 위치한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로, 스코틀랜드에서 두 번째로 북쪽에 자리한 증류소입니다. 하이랜드 파크는 지역 교회의 관리인이자 불법 증류와 밀수업을 겸했던 매그너스 유슨에 의해 1798년에 설립된 증류소입니다.
하이랜드 파크는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지역이 아닌 오크니 제도의 하이 파크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독특한 위치와 지리적 환경 덕분에 하이랜드 파크는 다른 스코틀랜드 위스키와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브랜드 이름을 오크니 싱글 몰트 위스키로 강조하며 독자적인 개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헤더 피트(Heather Peat)’를 사용하는 점입니다. 오크니 제도에서 나는 피트는 토탄층이 두껍지 않고 주로 헤더라는 식물이 퇴적된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적인 피트보다 향이 은은하고 달콤합니다. 이 피트를 사용하여 얻은 스모키함은 강렬한 아일라 피트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은은한 꿀과 같은 풍미를 띠어, 하이랜드 파크만의 독창적인 맛을 형성합니다.
또한, 하이랜드 파크는 스피릿을 증류한 후 유럽산과 미국산 셰리 오크 캐스크에 숙성하여 복합적인 향미를 부여하는데, 숙성 마지막 단계에서는 버번 캐스크와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원액을 조화롭게 혼합해 균형 잡힌 맛을 극대화합니다. 추가로 일정 기간 다시 숙성하는 '후숙성' 과정도 거쳐 독특한 풍미와 균형감을 더해 줍니다.
하이랜드 파크의 증류 방식은 이렇게 오크니 특유의 원재료와 섬세한 캐스크 선택 및 배합 기술을 활용해 다른 스코틀랜드 싱글 몰트와는 차별화된 깊이 있는 풍미와 스모키함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이랜드 파크 제품 군
하이랜드 파크 12년 VIKING HONOUR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115,000원
도수 40%
피트 레벨이 적당하며, 강한 소독약 냄새보다는 은은한 허브와 꿀 느낌이 어우러진 스모키함을 제공합니다.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피트 레벨입니다. VIKING HONOUR 라는 문구는 오크니 섬이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영향을 받으며 바이킹 후손들이 오랫동안 거주해 온 지역이라는 점을 상징하며, 바이킹의 명예와 자부심을 브랜드의 정체성에 담아낸 것 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부드러운 헤더 꿀과 신선한 과일의 달콤한 향이 처음 느껴집니다. 여기에 은은한 스모키 피트 향이 더해져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향을 선사합니다. 미묘하게 풍기는 스파이시한 느낌도 인상적입니다.
맛: 첫 모금에서는 달콤한 꿀과 신선한 과일, 오크의 은은한 조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헤더 피트 특유의 스모키함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며, 미묘한 허브와 시트러스 노트가 나타납니다. 과하지 않고 균형 잡힌 맛 덕에 다양한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여운: 피트의 스모키함이 은은하게 이어지며, 달콤한 꿀의 느낌이 길게 남습니다. 여운이 길고 부드러워 마무리까지 풍성한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이랜드 파크 18년 VIKING PRIDE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315,000원
도수: 43%
하이랜드 파크 18년은 유럽산 셰리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된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셰리 오크 캐스크는 위스키에 강렬한 과일과 향신료의 맛을 부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고 정제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미국산 셰리 오크 캐스크와 리필 캐스크의 사용으로 복합적인 맛을 형성하며, 그 균형이 완벽하게 맞춰진 위스키를 완성합니다. 12년과 유사한 피트 레벨을 지니지만, 추가 숙성으로 인해 피트 향이 더 깊고 풍부해졌으며, 부드러우면서도 복합적인 느낌을 줍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첫 번째로 코를 자극하는 것은 풍부하고 깊은 과일 향입니다. 구운 체리와 오렌지 제스트의 향이 먼저 피어오르며, 다크 초콜릿의 고급스러운 달콤함이 뒤를 따릅니다. 이어지는 향에서는 소금이 첨가된 허니콤의 부드럽고 독특한 단맛과, 하이랜드 파크만의 특색인 헤더 피트에서 오는 은은한 스모키 노트가 조화를 이룹니다. 이 복합적인 향은 위스키를 즐기기 전에만 해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맛: 입 안에 닿는 순간, 풍부하고 과일 향이 가득한 달콤한 맛으로 첫인상을 남깁니다. 오렌지 제스트와 다크 초콜릿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동시에 오크니 헤더 피트에서 오는 미세한 스모키 맛이 균형을 맞추어 입안 가득히 여운을 남깁니다. 이 조화로운 맛은 복합적이고 정제된 감각을 자아내며, 그 깊이를 한층 더 느끼게 합니다.
여운: 피니시에서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오래도록 지속되며, 마지막으로 약간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입 안에서 길게 여운을 남깁니다.
마무리
오늘은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지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이 정말 좋았던 하이랜드 파크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피트향을 느끼기에 좋은 위스키로 간혹 추천된다고 말씀드렸지만 피트 위스키로 유명한 아일라 위스키인 라프로익, 라가불린, 아드벡과 같은 피트 위스키랑은 결이 다른 위스키로 아일라 위스키는 요오드향이 아주 강한 피트지만 하이랜드 파크는 스모키한 향이 강한 느낌의 피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아일라 피트 위스키보다 호불호 없이 더 평이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복잡한 문양과 매우 무거운 느낌의 검은색 박스, 그리고 너무 과한 문양이 들어간 병이 오히려 잘 끌리지 않았는데 막상 알아보니 너무나 괜찮은 위스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