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란 위스키 증류소는 비교적 신생 증류소로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국내에는 2017년에 들어오면서 더욱 오래되지 않았지만 급속도로 인지도가 올라간 위스키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최근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할 정도로 박찬욱 감독님이 좋아하는 위스키이며, BTS RM, 다비치 강민경을 비롯한 다양한 셀럽들이 즐겨 찾는 위스키로 유명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급속도로 유명해진 대만의 카발란 위스키에 대해 증류소의 역사와 특징, 카발란의 제품군과 가격 등 많은 정보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카발란 증류소의 역사
카발란 증류소의 역사를 소개하기에 앞서 대만의 기후에 대해 말하자면, 대만의 날씨는 모두가 알다시피 비가 많이 오고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입니다. 이렇게 대마의 기온을 먼저 말씀드린 이유는 이러한 기후 조건은 위스키를 생산하는 데 있어 치명적 약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나라에서는 엔젤스 쉐어(천사의 몫)이 너무나 올라가기 때문에 위스키를 오래 숙성할 수가 없습니다. 보통 싱글 몰트 위스키의 스탠다드 제품처럼 12년간 숙성을 하게 되면 기후에 의해 모든 위스키가 증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만의 위스키 역사는 이렇게 불리한 조건부터 시작합니다. 대만의 첫 증류소인 카발란 증류소는 대만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서 민간 기업도 증류소를 세울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규제가 풀리자 대만에서 미스터 브라운이라는 국민 커피 브랜드를 갖고 있는 킹카 그룹의 리텐차이 회장이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엔젤스 쉐어라는 치명적 단점 때문에 사람들의 위스키 사업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리텐차이 회장은 증류소 설립을 밀어붙였습니다.그렇게 2005년 카발라 증류소의 설립을 시작해 아홉 달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완공했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스키 증류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위스키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짐 스완 박사와 그의 제자 이안 창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짐 스완 박사는 대학에서 화학과 생물학 박사 학위를 딴 후 평생을 위스키의 생산 공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에 매진한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아일라에 있는 전통 농장 증류소를 표방하는 킬호만 증류소를 세울 때에도 컨설팅을 해주었고 이후 위스키 제조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마지막에 반드시 해결해 주는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안 창은 그의 제자로 카발란에 취직해 짐 스완을 만나게 됐고 재능을 인정받아 2년 동안 짐 스완 박사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고 2020년까지 15년간 카발란에서 마스터 블렌더로 일했습니다.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도 증류소를 설립해 제품을 출시한 카발란 증류소가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것은 위스키를 사랑했던 스코틀랜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의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 번스 나이트라는 축제에서 스카치위스키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 덕분이었습니다. 2010년 2월 15일 이름조차 모르던 카발란이 다른 유명 스카치 위스키들을 제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위스키의 맛 하나로만 평가를 받아 1등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더욱더 충격적이었던 점은 카발란 증류소가 첫 위스키 원액을 제조한 것이 2006년 3월이었기 때문에 기껏 3년만 숙성한 위스키로 1등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2009년 싱글 캐스크 스트랭스 즉, 하나의 오크통에서 꺼낸 위스키에 물을 섞지 않고 병입한 솔리스트 시리즈도 내놓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스키 증류소가 되었습니다.
카발란 증류소의 증류 기법
위스키 공정 과정에서 풍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과정은 역시나 숙성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대만의 기후조건에 의해 오랜 숙성이 어려웠고 이때 짐 스완 박사가 주장한 이론은 날이 더운 지역일수록 증발량은 많지만 오크통의 풍미가 위스키에 더 빨리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도 기후 조건에 맞는 숙성 방식을 사용한다면 아주 짧게 숙성해도 스코틀랜드에서 오래 숙성한 위스키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숙성 속도 이론을 현실화하기 위한 카발란의 독특한 숙성 방식은 숙성고의 창문을 열지 않고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에는 5층 높이의 숙성고가 2개가 있으며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창문을 닫아 숙성 속도를 끌어올리고 겨울에는 문을 열어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산화 작용을 통해 위스키 맛이 부드러워지도록 만듭니다.
또한 오크통의 크키가 작으면 나무와 닿는 면적이 많아 숙성이 더 빨리 진행되고 오크통이 클수록 숙성이 더디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내부 온도가 비교적 낮은 저층부에는 200L짜리 버번 배럴을 통해 숙성하고, 온도가 높은 상층부에는 500L이상인 셰리 캐스크를 통해 숙성해 위층과 아래층에서 숙성하는 위스키의 숙성 속도까지 맞추고 있습니다.
증류 방식은 이중 증류 방식을 사용해 첫 번째 증류에서는 알코올과 물을 분리하고, 두 번째 증류에서 증류 초기에 나오는 포어샷(Foreshots), 중간의 하트(heart), 마지막에 나오는 페인츠(feints) 중 하트 부분만을 모아 오크통에 채워 숙성합니다.
카발란 제품군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에는 여러 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에 와인앤모어를 구경하면서 구매할 수 있었던 위스키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로 카발란 위스키는 골든블루 인터내셔널이 독점 수입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해 총 13종(내수 및 면세 포함)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1. 카발란 클래식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199,000원
도수: 40%
2008년에 카발란 증류소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이며, 제품의 병 모양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타이페이 101을 형상화해 만든 모양이라고 합니다.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망고를 포함한 열대 과일의 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제품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깨끗하고 우아하며, 꽃향기가 나고(나비 난초의 기분 좋고 상쾌한 향기), 과일 맛이 나며 매혹적입니다. 꿀, 열대 과일(특히 망고), 배 드롭, 바닐라, 코코넛, 초콜릿의 힌트가 느껴집니다.
맛: 달콤한 망고 주스의 힌트와 함께, 매콤한 복합성과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지며, 중간 정도의 오일리한 질감과 시트러스한 피니시가 특징입니다.
2. 카발란 DTS(디스틸러리 셀렉트)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115,000원
도수: 40%
카발란 DTS는 카발란 특유의 열대 과일 아로마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부드러운 피니쉬와 완벽한 밸런스를 자부하는 제품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잘 익은 열대 과일의 향, 꽃향기, 그리고 따뜻한 바닐라 노트가 느껴집니다.
맛: 입 안에서 달콤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을 주며, 균형 잡힌 맛
3.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쉐리 캐스크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399,900원
도수: 57.8%(배치에 따라 다름)
앞서 설명했듯 싱글 캐스크 스트랭스 제품으로 하나의 오크통에서 꺼낸 위스키에 물을 섞지 않고 병입 한 솔리스트 시리즈입니다. 맨 처음 말씀드렸듯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해 인지도가 높아진 제품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깨끗하고 복합적이며, 말린 과일, 견과류, 향신료의 여러 층이 느껴지며, 마지팬과 바닐라의 터치도 함께 있습니다.
맛: 풍부하고 기름진 질감으로, 입 안에 기분 좋은 말린 과일과 향신료가 남아 있으며, 고급 커피의 힌트도 느껴집니다.
4.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 바리끄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429,900원
도수: 59.4%(배치마다 다름, 50~59.9%)
솔리스트 제품 중 가장 독특한 제품 중 하나입니다. 제주도 중문 특산품으로도 유명했고 독특하게 STR 캐스크로 숙성했습니다. STR캐스크는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을 가져와 내부를 깎아 내고 구운 다음 다시 태운 오크통을 말합니다. Shaved, Toasted, Recharred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캐스크를 다시 만들어 와인의 떨떠름한 맛을 제거하고 바닐라와 캐러멜 풍미를 더 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카발란의 역사에서 소개한 짐 스완 박사와 이안 창이 개발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바닐라와 캐러멜화된 설탕이 풍부하게 어우러지고, 그 위에 다크 초콜릿이 얹혀 있습니다. 잘 익은 멜론과 망고, 그리고 키위와 섬세한 시트러스 과일이 터져 나오는 듯한 맛이 느껴집니다. 후추도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맛: 맛은 깨끗하고 복합적인 풍미로 마무리되며, 긴 여운이 남습니다.
5. 카발란 올로로소 쉐리 오크
가격: 와인앤모어 기준 275,000원
도수: 65%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쉐리를 카발란 스프링 워터로 희석하여 46%의 알코올 도수로 유지시킨 제품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향: 깨끗하고 복합적이며, 말린 과일, 견과류, 향신료의 여러 층이 느껴지고, 마지팬과 바닐라의 터치도 함께 있습니다.
맛: 부드럽고 잘 균형 잡힌 자연스러운 단맛이 느껴지며, 기분 좋은 말린 과일과 향신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위스키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마무리
카발란 위스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서 여러 시음 후기들을 참고해 봤는데 정말 대부분의 평이 좋았습니다. 와인앤모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와인앤모어가 싼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위스키 가격이 오른 것도 있겠지만 비노바리끄의 경우 보통20만 원대에서 구매했다는 후기가 많은 것 같은데 와인앤모어에서는 40만원 이상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가격만큼 괜찮은 후기를 갖고 있는 제품이지만 우선은 저렴한 카발란 제품부터 드셔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