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망원동을 걷는 일이 작은 취미가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슬리퍼를 끌고 나와 골목골목 숨어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고, 오래된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곤합니다. 익숙한 코스를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문득 늘 눈에만 담아두던 한 가게 앞에 멈춰 섰습니다.
위치: 서울 마포구 포은로8길 9 1층
스페인 음식점 ‘베우노’. 지나갈 때마다 열려 있는 문 너머로 보이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늘 부러웠습니다. ‘언
젠가는 나도 저 안에 앉아보리라’ 생각했는데, 그 언젠가가 오늘이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한 조명 아래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지만, 대부분 예약석인 듯 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 워크인으로 들어갔고, 주방이 정면으로 보이는 바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실 요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식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게 내부는 노출된 천장과 짙은 조명, 클래식한 목재 가구가 어우러져 스페인의 바를 연상케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벽을 따라, 그리고 창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수많은 와인병들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라벨을 가진 와인병들이 오브제처럼 자리 잡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창가 바로 앞에는 원목으로 된 긴 테이블이 있어 여러 명이 함께 와인을 나누기에도 좋고, 날이 좋은 날이면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를 들이니, 실내에 머무르면서도 거리와 이어진 듯한 감성이 더해집니다.
메뉴판은 가게의 분위기만큼이나 정갈하면서도 감성적입니다. 스페인 스타일의 타파스 요리와 함께 와인 리스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해물 크로켓, 감바스 알 아히요, 홍새우 비스크 스파게티 같은 정통 스페인 요리는 물론, 상큼한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 와인까지 와인 종류도 나쁘지 않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샹그리아도 메뉴에 있어 스페인 음식점 같은 느낌이 더욱 강했습니다.
메뉴판의 뒷면에는 손님에게 전하는 “작은 약속”들이 담겨 있습니다. 소란스러운 행동을 삼가고, 예약 시간에 맞춰 착석해달라는 정중한 안내, 그리고 다 함께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따뜻한 배려가 담긴 글이 손글씨 느낌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또 한쪽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간단한 화장실 안내도도 있어 손님이 쉽게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저희는 초리소와 튀긴 알감자 그리고 스페인식 먹물 쌀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초리소와 튀긴 알감자 요리는 매콤하면서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스페인식 소시지 초리소가 너무나 맛있었고 바삭하게 튀겨낸 알감자가 정말 조화로운 음식이었습니다. 겉은 노릇하고 속은 포슬포슬한 알감자는 기름지고 매콤한 초리소와 균형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아이올리 소스가 전체적인 맛을 부드럽게 해줘서 더욱 좋았습니다.
스페인식 먹물 쌀 요리는 갈릭 오일에 부드럽게 조리된 작은 오징어가 너무나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참고로 치피로네스가 작은 오징어를 의미합니다. 함께 제공되는 레몬을 살짝 짜서 곁들이면 상큼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주문한 와인은 EL CABRONET 카르베넷 소비뇽 보틀로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음식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와인이었고 가격도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샹그리아랑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달달한 와인보다는 무게감이 있는 와인이 조금 더 마시고 싶어 레드와인으로 주문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샹그리아도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것을 보았는데 너무나 맛있어 보였습니다. 방문하신다면 샹그리아도 한번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와인 정보는 아래 조금 더 자세히 남겨 드립니다.
| 생산 국가 | 스페인 (Spain) |
|---|---|
| 생산 지역 | 카탈루냐, 페네데스 (Penedès, Catalunya) |
| 와이너리 | 마르티 세르다 (Martí Serdà) |
| 종류 | 레드와인 |
| 알코올 도수 | 13% |
| 품종 | Cabernet Sauvignon 100% |
| 특징 | 바디 – 4 당도 – 2 산도 – 3 타닌 – 3 |
| 향 |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붉은 과일 향과 바닐라, 모카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짐 |
| 맛 | 실키한 질감과 균형 잡힌 산도로 부드럽고 음용이 쉬움 |
| 색 | 선명한 체리 레드 색감, 중간 농도 |
